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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의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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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월호 2023년 6월호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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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을 위한 하나님의 계획

상처의 치유


회복을 위한 하나님의 계획


성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구절 중 하나는 예레미야 33장 6절이다. “내가 이 도성을 치료하여 낫게 하겠고, 그 주민을 고쳐 주고”(렘 33:6, 새번역). 하나님은 자기 자녀들이 치유되고 회복되기를 바라신다. 하지만 우리는 그 필요성을 늘 인식하며 살지는 못한다. 상처는 물려받은 것도 있고 오랫동안 자라난 것도 있다. 어떤 상처는 치유될 수 없을 만큼 깊어서 슬픔, 후회, 죄책감, 수치심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손길은 이 깊은 동굴까지 다다르며 우리에게 자유를 선사하신다. 수년 전 자살 예방 교육에 참석했을 때 내게도 그런 순간이 다가왔다. 


연약함 인정하기

나는 정규직에 종사하는 청년이었고 지역 전문대학에 다시 시간제로 다니고 있었다. 몇 년 전의 충격적인 경험에서 빠져나와 삶을 본래 모습으로 되돌리려고 애쓰던 중이었다. 친구 하나가 자살 예방 전문가 팀 저녁 모임에 나를 초대했다. 자살 문제로 고민하거나 위협받고 있는 이들에게 전화로 상담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기에 이것이 봉사의 출발점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전화 응대를 시작하기 전에 여러 가지 교육을 받았다. 콜센터 교육과 장소를 후원하는 지역 사회 클리닉에 친구와 함께 갔더니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이 중요한 일에 자원봉사자로 동참하고자 각지에서 찾아온 이들이었다. 자살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였고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어떤 유익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배움의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훈련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7~8명씩 그룹을 지어 일종의 역할극에 참여했다. 그룹마다 생기가 넘쳤고 집회 장소가 시끌벅적해졌다. 낯선 사람들이 함께한 모둠이 결국에는 안전 공간으로 작용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아무도 모르는 자신의 이야기를 모둠에서 서로 나누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처음에는 모두가 약간씩 망설였다. 참가자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으려 했던 이야기를 이들에게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분위기가 뜨거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단 시작하자 가속도가 붙었다. 남달리 담담하게 털어놓는 사람도 있었다. 일단 한 사람이 물꼬를 트면 신기한 역동성이 작용한다. 모두가 갈망한다고 생각되는 투명성의 바다가 좍 펼쳐지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속속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모습이 여기저기서 감지됐다.

이 모임은 도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돕는 법을 배우기 위한 모임이었기에 나는 묘한 생각이 들었다. ‘여기 참석한 우리는 괜찮은 사람들 아니었나? 도움은 상담 전화를 거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 필요한 게 아니잖아?’ 내 차례가 거의 되었다. 나는 열심히 보고 들으면서 내가 말할 차례가 되면 피상적인 이야기만 꺼내리라 마음먹었다. ‘그렇게 해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이 사람들은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 누가 신경 쓰고 듣겠어? 나 역시 이 사람들을 알지 못하고. 어차피 여기서 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고 무슨 유익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굳이?’ 이런 자기 합리화를 끝맺기도 전에 내 차례가 다가왔다. 나는 잠깐 앉아 있다가 결국은 결심했다. ‘넌 여기 와서 사람들 모두가 진심으로 꺼낸 이야기를 들었어. 그러니 속이지 말고 진짜 정직해져야 해.’

심장이 빠르게 요동쳤고 이 순간이 내 인생을 영원히 바꿀 중요한 순간이 되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시간은 단순히 잠재적 자살자를 감정의 벼랑 끝에서 내려오게 이끄는 대화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절대 열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내 안에 있는 자유의 문을 저벅저벅 통과할 때 일어나는 믿음의 도약을 경험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먼저는 나 자신에게 그다음은 남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삶으로 펄쩍 뛰어오르는 순간이었다.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이었다. 하기야 내가 모르는 사람, 나와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들만큼 나 자신, 나의 마음 상태, 내 삶의 진실을 쉽게 터놓을 수 있는 상대가 또 어디 있겠는가?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지금이야말로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폭풍을 걱정할 필요도 없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완벽한 기회인 것이다. 나는 치유를 향한 선택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제 이름은 태미예요. 아동 성폭행을 당했고 신체적·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었어요.” 이 사실을 나는 그때 난생처음으로 그것도 큰 소리로 말했다. 놀랍게도 속이 후련했다. 


첫걸음을 내딛다

그날 밤 나는 상담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나처럼 오랫동안 슬픔, 후회, 죄책감, 부끄러움에 빠져 있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런데 이것은 새로울 게 없는 일이었다. 야고보서 5장 16절에서 알 수 있듯 ‘자살 예방 상담 전화’를 처음 창시한 분은 하나님이시다. “너희는 서로 잘못을 자백하고 치유를 위하여 서로 기도하라”(한글킹). 치유는 개인적이면서도 집단적인 사건이며 성장의 순환을 이루어 낸다. 이런 환경 속에서 슬픔, 후회, 죄책감, 수치심이 파괴된다. 우리가 저지른 죄악과 우리에게 가해진 죄악을 고백할 때 원수는 질색을 한다.

만약 당신이 이런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면 첫걸음을 내딛으라. 하나님께 인도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라. 목사님 또는 믿을 만한 가족이나 교인에게 이야기하라.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하라. 정신 건강 전문가나 공인 치료사에게 이야기하고 자유의 문을 통과하라. 현재 있는 곳에서 치유의 순환을 작동시키는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


태머라 콘웨이 공인 슬픔 상담사로 목회자 사모이며 네 자녀의 어머니이다. 올여름에 저서 『Kill the Girl』을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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