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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기대, 오열과 울화 교차하는 ‘팽목항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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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마을 뉴스센터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14.04.2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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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이 흐르는 야속한 시간 ... 자원봉사자 위로가 그나마 버팀목
팽목항에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기적을 저버릴 수 없다는 희망과 사랑하는 가족의 생환을 기다리는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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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고속도로 군산 나들목을 지날 즈음 전광판에는 낯선 글귀가 눈에 띄었다. 요 며칠 사이, 이 길을 따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애절한 심정을 부여잡고 진도로 향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고창 부근부터 간간이 빗줄기가 흩날렸다. 안 그래도 서울을 출발할 때부터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다.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얼마를 달렸을까. 진도 초입에 ‘팽목항 가는 길 55Km’를 알리는 입간판이 서 있었다. 반대편 차선에는 경광등을 반짝이며 쏜살같이 내달리는 구급차와 자원봉사 차량이 어디론가 바쁘게 향했다. 사고현장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정표에 ‘팽목’이라는 지명이 눈에 들어왔다. 두 글자만 봐도 마음이 뭉클해졌다. 도로 양 옆으로 흐르는 바닷물도 뿌연 잿빛하늘 만큼이나 탁했다. ‘여객선 침몰 상황본부’와 실종자 가족들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을 가리키는 팻말도 보였다.

진도대교에 들어섰다. 다리 밑으론 우리나라에서 물살이 제일 거세다는 울돌목이 흘렀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에서 단 13척의 판옥선으로 왜선 133척을 무찌른 유서 깊은 곳이다. 사고가 난 맹골수도는 울돌목에 이어 두 번째로 물살이 거세다.

이곳부터 팽목항까지는 35Km. 약 1시간 거리다. 창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에서도 이 땅에 흐르고 있는 슬픔과 긴장이 느껴지는 듯 했다. 팽목이 가까워질수록 구급차와 자원봉사 차량, 구호물품을 가득 실은 트럭, 언론사의 취재차량이 뒤섞여 행렬을 이뤘다.

팽목항 입구에는 경찰들이 출입차량을 일일이 검문하며 일반인의 통행을 제한했다. 기자들도 신분을 확인한 후 출입을 허락했다. 이곳은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항구다. 사망자나 구조자가 이송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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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부터 선착장에 이르는 약 500미터의 길가에는 구급차량과 자원봉사차량, 방송 중계차가 길게 줄을 늘어서 있고, 대한인명구조협회 등 민간잠수부의 지원부스 수십 동이 도로 양 편에 가득 들어섰다. 하얀 천막을 벽 삼아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평소 여행객이 드나들었을 대합실은 실종자 가족지원 상황실이 되었고, 맞은편에는 가족대책본부와 보호자 대기소가 설치되었다. 전라남도, 해양경찰, 소방서 등 행정기관의 현장상황실 외에도 기업이나 종교단체, 시민단체 등에서 세운 자원봉사 부스도 선착장을 메웠다. 의료기관은 현장 응급진료소를 차려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대기했다.

상황실 앞에는 대형 모니터 두 대가 설치되었다. 한 대는 사고해역의 실시간 수색작업 모습을 담은 영상이 송출되었고, 또 한 대는 TV 방송뉴스 채널이었다. 가족들은 그 어느 곳에서도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 스마트폰으로는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며 혹시나 다른 소식이 들어와 있을까 노심초사 바라봤다.  

팽목항에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사랑하는 가족의 생환을 기다리는 이들의 간절한 바람과 끝내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아이를 확인하는 부모의 한스런 오열이 하루 종일 교차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기적을 저버릴 수 없다는 희망과 더딘 구조작업을 성토하는 울화가 교차했다.

맹골수도의 유속처럼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에 대한 야속함과 기대했던 구조 소식은 전해지지 않은 채 빠르게 늘어만 가는 사망자 명단의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생면부지지만 아픔을 나누어지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의 따뜻한 위로와 갈팡질팡 오락가락 갈피를 못 잡는 정부의 한심한 대응력을 지탄하는 원성이 교차했다.  

해가 지고 밤이 되자 한기가 느껴졌다. 점퍼를 입고 있는데도 목뒤로 오돌오돌 소름이 돋을 만큼 쌀쌀했다. 하지만 이 추운 날씨에 차갑고 캄캄한 바다아래 선실 어딘가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면 잠시 바람을 막을 모포마저 사치스럽게 느껴졌던 것일까.

선착장 시멘트 바닥에 스티로폼 한 조각을 깔고 앉아 밤이 깊도록 하염없이 사고해역을 바라보던 한 어머니는 누군가 내미는 모포 한 장마저 사양했다. 그의 퉁퉁 부은 눈에선 이미 눈물이 말라버린 지 오래인 듯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그렇게 애타는 심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언제 닿을지 모르는 소식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날 밤에도 그토록 기다리던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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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딘 구조, 애타는 심정 ... 뜬눈으로 맞이한 ‘고통스런 아침’
다시 ‘고통스런’ 아침이 밝았다. 하루가 더 연장됐다. 제발 절망적이고 잔인한 이 시간이 희망과 환호로 바뀌길 두 손 모아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구조는 더디고, 시간은 야속하리만큼 빠르게 흘렀다.

밤사이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선체 유리창을 깨고 객실 내부 진입에 성공해 3명의 사망자 시신을 수습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사고가 발생한 지 꼬박 87시간이 흐른 뒤였다. 희생자는 모두 안산 단원고 학생이었다. 인양된 시신은 새벽 3시쯤 팽목항으로 옮겨져 신원 확인을 마친 후 인근 병원에 안치됐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아들딸의 무사귀환을 빌던 실종자 가족들은 더욱 초췌해졌다. 선내 진입이 이뤄진 만큼 혹시나 생존자를 찾아낼 수 있을지 여기저기서 조심스런 관심이 모아졌다.

그 시각,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듯 어두웠다. 밤새 가랑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해상의 파고와 바람도 전날에 비해 한층 높게 형성돼 구조작업에 차질을 빚을까 염려가 커졌다.  

이날 새벽, 일부 실종자 가족은 더디기 만한 구조작업에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은 정부의 대처를 믿지 못하겠다면서 청와대로 향하려다 진도대교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충돌했다. 가로막아서는 경찰을 향해 길을 비키라고 목 놓아 우는 실종자 가족을 보며 왜 이들에게 이런 비극이 생겨야 하는지 가슴에 멍울이 지도록 아팠다.

한편, 사고 발생 초기부터 구조자 집계를 8번이나 바꾸며 불신을 키웠던 대책본부는 이날도 사망자 집계 과정에서 6명을 수습했다고 발표했다 다시 3명으로 정정해 혼선을 야기하는 등 기본적인 사항마저 오락가락해 실종자 가족들을 더욱 애타게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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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마르는 절망의 순간, 그나마 힘이 되어준 건 정부가 아닌 민간이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팽목항에는 전국에서 자원봉사자가 꾸준히 몰려들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부터 수십 곳의 민간단체와 구호단체가 앞 다투어 부스를 설치했다. 아드라코리아도 진도지역 교회와 성도를 중심으로 호남합회의 지원을 받아 실종자 가족과 구조대원을 위한 식사를 제공하며 아픔을 나눠지었다.

자원봉사자들은 혹여나 자신들이 실종자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언행에도 각별히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들의 도움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극한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실종자 가족이 희망의 끈을 다시 부여잡고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날까지 진도를 찾은 자원봉사자는 244개 단체에서, 5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전광판에는 ‘단원고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구조팀의 선내 진입 이후 그토록 고대하던 생존자 여부는 들려오지 않고, 안타깝게도 시신 발견 소식만 늘어났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엿새째인 21일 민·관·군은 선체 3∼4층에 대한 집중적인 수색 및 구조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생존자나 생존 신호는 찾아내지 못했다. 구조대는 이날 오후 8시께 시신 15구를 수습했다. 이로써 전체 476명의 탑승자 중 174명이 구조되고, 80명이 사망했으며, 222명이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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